[김태욱의 브랜드스토리텔링 칼럼 '브랜드 썸 타다’_97]
가슴 뛰는 스토리텔링, 경쟁(競爭)구도
모든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입니다. 이 스포츠에 경쟁만큼 가슴 뛰는 스토리 구조는 없습니다. 선수들의 경쟁, 지도자들의 경쟁, 팀들의 경쟁. 경쟁은 관중들의 흥미뿐 아니라 경쟁자간의 승부욕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에서 보면 스포츠의 경쟁은 정해진 것이 없는 비선형적 스토리텔링의 전형적인 구조입니다. 얼마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강의를 준비하면서 우리나라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기사에서 나타난 경쟁구도를 살펴봤습니다. 스토리의 인물구도에 비유하면, 선수는 주인공, 감독은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이고 경쟁선수는 주인공의 적대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주인공을 경쟁하게 하자, 선수 경쟁
“양의지-이재원 포수 전쟁 점입가경 'KS 마지막 누가 웃을까?”, “닮은 듯 안 닮은 양의지와 이재원의 ‘절친 포수 시리즈’”, “‘승부 뛰어넘은 우정’ 포수 듀오 이재원-양의지의 KS 절친노트”, “'화려한 도미' 양의지와 '진흙투성이 가자미' 이재원”
스포츠서울, 스포츠경향, 스포츠월드, 노컷뉴스의 기사 헤드라인입니다. 모두 프로야구 2018 한국시리즈의 두산 베어스과 SK 와이번스의 포수 양의지와 이재원의 ‘안방마님 대결’을 경쟁구도로 잡고 쓴 기사입니다. 기사내용은 두 선수의 2006년 입단 동기로 올 시즌 마치고 나란히 FA자격을 취득하게 된다는 내용, 두 선수의 커리어 비교, 경기 스타일의 차이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 프로축구를 보면, 스포츠경향에서는 올해 프로축구 최고의 젊은 피를 가리는 영플레이어상의 경쟁을 현대가의 경쟁구도로 “올 최고의 젊은 피 현대가(家)의 집안 싸움”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잡았습니다. 울산 현대의 신형 엔진으로 불리는 한승규와 전북 현대의 젊은 수호신 송범근의 경쟁에 공통 모기업인 현대가(家)를 덧붙인 셈이죠.
# 조력자를 경쟁하게 하자, 감독 경쟁
“초지일관’ 김태형 vs ‘변화무쌍’ 힐만”, “형님’ 김태형 VS ‘친구’ 힐만… 외유내강 두 명장 대결”, “힐만 ‘불펜 휴식, 나쁘지 않아’‘ 김태형 ’누가 유리? 이기는 팀‘”
프로야구 2018 한국시리즈 관련하여 중앙일보, 국민일보, 스포츠경향이 내놓은 기사 헤드라인입니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과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Trey Hillman) 감독을 경쟁구도로 잡고 갖가지 기사를 쏟아냈죠. 두 감독의 경기 전략, 리더십, 스타일을 다뤘습니다. 심지어 우천으로 경기가 연기되자 이에 대한 심경도 어느 팀이 유리한지를 두 감독의 말을 인용하여 경쟁구도로 삼았습니다.
두 감독을 경쟁구도로 잡은 헤드라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포츠한국의 “'어우두'인가 '매직힐만'인가”였습니다. 두산 베어스는 올해 포함하여 한국시리즈를 4년째 치러 두 번 우승과 준우승 한 번을 했죠. 올해도 정규시즌 우승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해서 팬들은 ‘어차피 우승은 두산’이라는 의미로 ‘어우두’라 합니다. 재미있는 신조어죠. 물론 올해는 ‘매직힐만’의 마술이 더 강력했지만요.
# 팀을 경쟁하게 하자, 더비 경쟁
더비(Derby)란 경마경기의 하나인데, 축구에서는 같은 지역이 연고지인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합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유명한 더비로는 아스날과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와 맨체스터시티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맨체스터 더비’가 있습니다.
K리그에도 이 더비 경기가 많습니다. FC서울과 인천유나이티드의 ‘경인 더비’, FC서울과 서울E의 ‘서울 더비’, 전북과 전남의 ‘호남 더비’, 울산과 포항의 ‘동해안 더비’가 있습니다. 물론 K리그를 대표하는 더비로는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죠. 또, 연고지 중심의 더비뿐 아니라 모기업이 같은 전북과 울산의 ‘현대가(家) 더비’와 전남과 포항의 '제철가(家) 더비'도 열기가 뜨겁습니다.
실업축구 리그인 내셔널리그에도 빼놓을 수 없는 더비가 있습니다. 바로 창원시청과 김해시청의 ‘불모산 더비’입니다. 불모산은 창원시와 김해시에 걸쳐있는 산으로 창원시청과 김해시청은 이 불모산에 있는 창원터널을 관통해야 경기장에 갈 수 있답니다. 축구에서 더비는 팀들의 경쟁구도를 만드는 탁월한 전략입니다. 라이벌 관계 두 팀을 이슈로 만들어 명승부를 펼친다면 팬들은 언제나 열광하지 않을까요.
김태욱
브랜드스토리 칼럼니스트
㈜스토리엔 대표
홍보, 브랜드스토리 전략, 퍼스널스토리텔링 전략 강사 컨설턴트
이코노믹리뷰 No 940 (2018. 11. 28)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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